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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력되는 표면들
EXPORTING SUPERFICIES
참여작가_김인영, 문주혜, 이지현
기획_임미주
디자인_섭라이즈
주최/주관_공간 힘
후원_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산실 공간지원
2021. 5.15 - 6. 12
Tue - Sun 11:30 - 7:30pm
Space heem, Busan
«출력되는 표면들» 전은 디지털 이미지를 주제로 캔버스, 장지, 아크릴판과 같은 평면 매체 위에 그려진/옮겨진 회화 작품들을 살펴본다. 디지털 이미지와 회화가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동시대 작가들은 회화 작업을 할 때 눈으로 본 실재를 평면으로 옮기는 방식이 아닌 매체를 통해 이미 납작한, 디지털 이미지를 회화로 옮기는 작업을 흔히 하고 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궁금증이 생긴다. 디지털 이미지를 옮긴 회화는 단순히 납작한 디지털 이미지를 재현하는 것 일까? 디지털 이미지를 매개로 한 회화는 어떤 예술적 방법론을 제시할 수 있을까? 따라서 이번 전시에서 회화의 표면으로 옮겨간 디지털 이미지를 살펴봄으로써 동시대 이미지와 이를 둘러싼 동시대 환경에서의 매체 조건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전시 제목의 '출력되는 표면들'은 회화에 옮겨진/출력된 디지털 이미지를 말한다. 비물질인 디지털 이미지는 보통 스마트폰이나 PC와 같은 출력기기 또는 2차원이나 3차원으로 출력되어 가시화될 수 있는데 이렇게 출력된 디지털 이미지는 화면에 뿌려지는 평면 즉 디지털의 출력된 표면이라 볼 수 있다. 손에 잡히는 두께나 깊이와 같이 물성이랄 것도 없으니 납작하고 얇다. 이 납작한 표면은 0과 1로만 이루어진 데이터로서 비물리적 2차원 세상에 존재한다. 즉 손으로 만질 수 없는 비물리적 디지털 이미지는 그것의 원본 여부에 관계없이 압축 및 균질화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디지털 이미지가 회화에 옮겨질 때 그 색감과 물성은 어떻게 번안되어 회화로 옮겨질 수 있는 것일까? 디지털 이미지의 물성과 표면 그리고 매체를 탐구하고 해석하는 김인영, 문주혜, 이지현 3명의 작가의 회화를 통해 비물질의 물질성을 꾀하는 방식에 대해 살펴보자.
왜곡의 물성
디지털 이미지는 복사, 전송 편집 등의 유통 과정 중 생길 수 밖에 없는 데이터 손실로 인해 픽셀이 깨지거나 흐려지는 등 이미지 풍화 현상을 겪는다. 또한, 스마트폰이 일상화되어 전달, 수정, 압축 등의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을 거듭하며 더 많은 디지털 이미지는 거칠어지고, 마모된다. 이러한 유통의 과정에서 이미지들은 똑같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의 형식 또는 데이터값이 바뀌고, 표면 질감은 깨지고 변형되어 두드러진다. 여기서 디지털 이미지는 새로운 형식을 부여받은 '다른' 이미지가 되지만 사람들은 원본의 이미지와 혼동하여 납작한 표면만 받아 들인다. 김인영은 스크린 표면에 디지털 이미지가 출력될 때 생기는 왜곡인 앨리어싱현상과 그 왜곡을 바로잡는 안티-앨리어싱현상에 주목해 납작한 스크린 표면에 잠식된 동시대 환경을 각성하고 성찰하고자 한다. 특히 수전사의 기법을 사용하여 수공적 왜곡의 물성을 만들어 또 다른 실재임을 드러내는 소격 효과를 줌으로써 디지털 이미지의 물질적 존재감을 드러낸다.
실제로 보여지는 물성
우리는 사물의 표면 자체를 눈으로 보고 받아들인다. 즉 모니터 위 표면, 디지털 이미지는 원본이 있는 시뮬라크르가 아닌, 스스로 보여지고 표현되는 존재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스크린 표면은 비물질 디지털 세계와 물질적 현실 사이 경계이며, 소통의 기제이다. 따라서 디지털 이미지를 감각하는 효과나 색감은 시각적 차원의 그 특징 뿐 아니라 그것들이 향하고, 표현하고 내포하고 가리키는 것이 있는 물질적 중개자라고 볼 수 있다. 이지현은 인터넷상에서 떠돌던 열화된 유명 애니메이션의 장면을 보고 이미지를 자신의 방식으로 지각하고, 캔버스 위 유화를 사용해 물질적 방식으로 구현해낸다. 작가의 회화적 감각에 바탕을 두고 분할, 반복 변주된, 애니메이션 장면의 파편들은 디지털 이미지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묘사하기 보다는 디지털 이미지를 읽었던 작가가 느낀 정동과 에너지를 전달한다. 물성이 있는 회화는 분명 세세하게 다 묘사하지 않지만 표현되는 것들은 감상 가능한 실재의 물성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며 현실을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잠재력을 가지게된다.
납작한 밀도를 가진 물성
디지털 이미지를 가리켜 납작해졌다고 한다. 스크린에 나타나는 이미지이다 보니 납작한 스크린에 비유하여 이미지도 납작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납작한 레이어로 집적된 디지털 이미지는 평면으로 압축되어 획일화되어 있다. 다시 말해 균질화 된 디지털 이미지의 밀도는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피상성의 개념으로 남는다.
문주혜는 장지라는 물리적 평면 매체에 디지털 이미지를 재조합해 그려낸다. 물감이 흡수되는 특징을 가진 장지 위에 얇은 붓 터치의 레이어가 여러겹 덮이며 장지는 물들어가지만, 그 두께는 여전히 같다. 작가는 디지털 이미지의 납작한 피상성을 지지체의 물질적 속성과 결합시킨다. 장지에 흡수되어 붓 터치가 쌓여도 평면하게 표현되는 물성이 납작한 모니터 표면 위 디지털 이미지와 닮아있다 느꼈다고 한다. 즉 종이에 물질화된 디지털 이미지는 균일한 터치감으로 쌓인 밀도를 느낄 수 있는 장지 그 자체로 스크린 속 잠식된 디지털 이미지의 물성을 번안한다.
작품들은 디지털 이미지들이 물질적 지지체에 옮겨지는 과정에서 디지털과 물리적 형식이 중첩되고, 이미지들이 소비되는 방식에 따라 유연해지거나 또는 더 가벼워지거나 무거워지는 회화적 물성을 표현해낸다. 존재하지 않은 디지털 이미지의 물성이라는 가상적 존재에 대한 질문을 상상의 실재를 향한 좇음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린버그식 모더니즘 매체탐구가 물감과 캔버스라는 물질성으로 고갈되어 버린 것과 같이 디지털 이미지의 물성과 물질적 지지체에 지나친 관심을 가지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러나 김인영, 문주혜, 이지현은 디지털 매커니즘과 이미지를 탐구하여 작품의 주제를 확보하면서 물질적 지지체를 단순히 재료적 조건으로 남겨두지 않고 디지털 매체의 특성을 물질적 지지체에 도출시킴을 확인할 수 있다.
회화와 디지털 이미지, 기술적 지지체의 연관성을 분석함은 주제에 대한 비평이 과잉된 예술 독해 방식에서 또 다른 관점을 제공해주었다. 또한, 디지털 이미지의 매체적 조건이 단순히 디지털 환경의 관습과 동일하지 않고, 이미지가 시각화 되는 일련의 관습을 포괄해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깨닫기도 했다. 이 전시를 통해 디지털 환경을 매개로 하는 이미지에 대한 유의미한 질문이 앞으로도 활발히 논의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글/임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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